현대 기업 문화의 변화: ‘승진 거부권’과 ‘의도적 언보싱’의 확산
최근 대기업 임금협상 테이블에 ‘승진 거부권’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의 노동조합은 과거 2016년에 처음으로 승진 거부를 요구했으나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직원들 사이에서 승진을 거부할 권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4050세대부터 2030세대까지, 승진을 피하고 오래도록 회사에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1. ‘승진 거부권’과 ‘의도적 언보싱’의 배경
‘의도적 언보싱’과 승진 거부권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각 세대마다 승진을 포기하는 이유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가늘고 길게 오래 다니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4050세대: 고용 안정성을 위해
대형 건설사의 A씨(54세)는 임원을 목표로 삼지 않고 ‘부장급 사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임원이 되면 책임도 많고 부담도 커지는데, 이 나이에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승진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급이 보장되며, 조용히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임포자(임원 포기자)와 승포자(승진 포기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30세대: 워라밸을 위해
2030세대인 Z세대는 승진의 의미와 가치를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의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책임이 많은 위치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Z세대는 자기 계발과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승진을 통한 직책이나 리더 역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의도적 언보싱’ 현상 확산의 이유
의도적 언보싱과 승진 거부 현상이 확산된 데에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이 있습니다.
임원의 높은 리스크와 낮은 안정성
많은 기업에서 임원은 ‘임시직’으로 불리며 매년 재계약을 갱신해야 합니다. 실적 악화나 기업 상황 변화에 따라 임기 도중에 퇴직해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퍼진 것입니다.
글로벌 트렌드와 ‘조용한 사직’
의도적 언보싱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입니다. 영국의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에 따르면 영국 Z세대 근로자 52%가 중간관리자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의도적 언보싱은 직장에서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직장인들이 승진보다 자신만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직 내 경쟁과 승진 적체

대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승진을 위한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승진 기회가 줄어들자 직장인들은 승진을 포기하고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다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3. 기업의 고민과 해결 방안
의도적 언보싱과 승진 거부권이 확산됨에 따라, 기업들은 몇 가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승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조직의 활력이 저하되고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① 승진 외 다양한 커리어 옵션 제공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직무에서는 승진 외에도 명장 제도나 전문가 경로와 같은 옵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특정 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에게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여 인정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에게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② 직무급제 도입 및 성과 기반 보상 강화
전문가들은 성과와 기여도를 기준으로 보상을 달리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직무의 중요도와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도록 하여, 직원이 직무에서 얻는 보상이 리스크 대비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희대 엄상민 교수는 “어려운 일을 맡은 사람에게는 더 큰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에서 벗어나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③ 셀프승진 추천제 도입
직원 스스로 승진 시기를 정하고 자신의 계획에 맞춰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셀프승진 추천제’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이미 운영 중인 셀프승진 추천제는 직원이 승진 시기를 선택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높이고 승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승진 거부권과 의도적 언보싱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변화하는 직장인들의 가치관과 삶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승진이 꼭 성공의 척도가 아닌 시대가 되었고,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고 싶은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이에 맞춘 제도적 변화와 다양한 커리어 경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커리어를 선택하고, 기업은 조직의 효율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직장 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기업과 직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 블로그 글은 승진을 거부하는 ‘의도적 언보싱’ 현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종합하여, 현재 변화하는 기업 문화와 직장인들의 인식을 잘 설명합니다.
감사합니다.